백수가 된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두렵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미칠듯한 경쟁 속으로 뛰어들 자신이 없다. 분명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 평범하게 살지 못하는 일종의 지랄병이다. 항상 과거를 생각하며 푸념만을 늘어 놓고 있으니 무언가 달라질리 만무하다. 난 나의 문제를 너무나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만, 왠지 싫다. 영어점수 쪼가리를 받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를 해 보지도 않았고 입사지원서에 나 자신을 포장하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 결과 나는 이렇게 시궁창 같은 백수의 삶을 살고 있다. 나 혼자만 고귀한 척 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나는 혼자서 고귀한 척을 하고 있을 뿐이고 행동하지 않는다. 겁에 질린 아이 마냥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투정만 부리고 있다. 세상이 드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