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 2

화이트데이 그리고 공허

지난 토요일 사탕 두 통과 초코렛을 배송받았다. 하트가 그려진 다소 유치한 지퍼백도 몇 개 구입해서는 토요일 오후 방구석에 앉아서 배송 받은 사탕을 소분했다. 3월 14일이 화이트데이란 이유가 주요했지만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 공허함을 채우고자 하는 일종의 의식같은 행위였고, 고작 사탕 몇 개에 불과하지만 그걸 받는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상상했고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걸 전달했을 때의 현실은 내 상상과는 달랐다. 분명 그걸 받은 사람들은 나에게 감사를 표했으며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웃어 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난 공허하다. 그들은 저리 사탕 몇 개에도 행복하고 즐거워 보일 수 있는데 난 왜 그들을 모습을 보면서도 전혀 그렇지 못할까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일상/잡담 2019.03.13

내가 미쳐가는 증상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면 모든 체력이 방전된 마냥 축 늘어져 버린다. 일주일은 됐을 법한 설거지 꺼리와 세탁기에 들어 있는 축축한 빨래들, 방 안에 널부러져 있는 술병과 자질구레한 쓰레기들.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옥죄여 오며 치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만 도저히 몸을 움직일 엄두가 나질 않는다. 주변을 청결하게 하면 기분이 상쾌해 질 것이다. 나 자신도 그 상쾌함을 알고 있으나, 실제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난 찬 바닥에 옷도 안 갈아 입은 채 몸을 누이고 티비를 켠다. 멍하니 티비를 바라보다 보고 있으면, 이유없는 눈물이 흐른다.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소용돌이 치며 나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 미래에 대한 걱정, 후회, 외로움, 알 수 없는 분노와 자괴감 그리고 죄책..

일상/잡담 2019.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