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2

[백수9일차] 잉여인간

잉여라는 말을 싫어하지만, 난 이제 잉여인간이 되었다. 지난 4~5년 간을 경쟁의 논리를 거부하고 신세한탄과 세상탓을 하며 바보같이 살아온 결과다. 다른 친구들이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하며 취업준비에 몰두할 때 나는 우유부단하게 정(情)에 이끌려 지인들을 도왔다. 하지만 그들은 실세는 아니었지만, 내 삶의 조력자였고 지자자들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인간미 넘치는 나의 조력자이자 지지자들은 자본의 논리(엄연한 의미에서는 사익에 몰두하는)에 물른 아첨꾼들로 인해 점점 그 힘을 잃기 시작했다. 그 아첨꾼들은 나를 단지 한 번 많아 봐야 두세번 정도 쓰다가 버리면 되는 일회용 종이컵 정도로 여겼다. 그들은 내가 마음을 다잡으려 할 때마다 작은 희망을 불빛을 보여주며 내 피를 빨고 살을 갉아 먹었다. 내가 어리석었다..

일상/백수일기 2010.07.09

내 자신 내면의 문제

아둥바둥 살아 본 적도 없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미치도록 노력해 본 적도 없다. 그래서인지 나의 삶은 항상 지루했다. 이런 일상의 무료함해서 탈출해 보고자 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려고도 했지만, 난 역시 용기가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단순히 세상을 탓하고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까뮈의 이방인의 뫼르소가 느낀 부조리함. 그것에 대한 감정 이입이나 동화작용 때문에 내가 부조리함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와 같이 될 이유도 없고, 그와 같이 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다만 뫼르소를 만나기 이전부터 나의 모든 것은 부조리했다. 지루했기에 부조리했고 부조리했기에 희망 따위는 없었다. 세상이 달라질 수 없듯이 나 역시도 변할 수 없다.

일상/잡담 2010.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