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속이 멍해지면서 내가 과연 이곳에 실재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시야는 점점 좁아지고 무한의 소실점만이 눈 앞에 나타날 뿐이다. 그렇게 난 오늘도 도달할 수 없는 그 점을 향해 걷고 또 걷는다. 여기에는 아무런 의미도 존재치 않는다. 다만 내가 걷고 있다는 사실만이 있을 뿐, 그 어떠한 가치도 의미도 존재치 않는다. 담배 한 모금을 폐 속 깊숙히 빨아 드려 보지만, 입 안의 텁텁함과 담배의 씁쓸함이 전해질 뿐이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걷고 있는 것인가?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의문을 품어 보지만, 내가 의미를 부여하고 직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내가 걷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 뿐이다. 나의 혈관 속을 파고 드는 알코올의 달콤함과 니코틴의 끈적함만이 느껴질 뿐이다. 나에겐 휴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