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2

내가 미쳐가는 증상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면 모든 체력이 방전된 마냥 축 늘어져 버린다. 일주일은 됐을 법한 설거지 꺼리와 세탁기에 들어 있는 축축한 빨래들, 방 안에 널부러져 있는 술병과 자질구레한 쓰레기들.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옥죄여 오며 치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만 도저히 몸을 움직일 엄두가 나질 않는다. 주변을 청결하게 하면 기분이 상쾌해 질 것이다. 나 자신도 그 상쾌함을 알고 있으나, 실제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난 찬 바닥에 옷도 안 갈아 입은 채 몸을 누이고 티비를 켠다. 멍하니 티비를 바라보다 보고 있으면, 이유없는 눈물이 흐른다.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소용돌이 치며 나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 미래에 대한 걱정, 후회, 외로움, 알 수 없는 분노와 자괴감 그리고 죄책..

일상/잡담 2019.02.07

무한의 고통

새벽 그녀에게서 대화 문맥과는 무관한 악의와 분노에 가득찬 메시지가 도착했다.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화나게 하는 것일까?''그것은 과연 나의 잘못인가?'그녀는 내가 그녀를 버렸다고 말했다. 그렇게 버려두고 도망쳤다라 말했다. 그렇다. 그녀의 말이 맞다. 나는 그녀를 버리고 도망쳤다.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내가 그녀로부터 멀어진 이유는 그녀가 말하는 것처럼 나자신의 무책임과 자신감의 부재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서 느낀 공포 때문이었다. 언젠가 문득 그녀에게서 인정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죽음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나를 항상 궁지에 몰아 넣었으며 육체적 정신적인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사랑하는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유대감, 안정감, 행복은 온데 간데 없고 오직 무한..

일상/잡담 2017.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