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면 모든 체력이 방전된 마냥 축 늘어져 버린다. 일주일은 됐을 법한 설거지 꺼리와 세탁기에 들어 있는 축축한 빨래들, 방 안에 널부러져 있는 술병과 자질구레한 쓰레기들.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옥죄여 오며 치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만 도저히 몸을 움직일 엄두가 나질 않는다. 주변을 청결하게 하면 기분이 상쾌해 질 것이다. 나 자신도 그 상쾌함을 알고 있으나, 실제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난 찬 바닥에 옷도 안 갈아 입은 채 몸을 누이고 티비를 켠다. 멍하니 티비를 바라보다 보고 있으면, 이유없는 눈물이 흐른다.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소용돌이 치며 나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 미래에 대한 걱정, 후회, 외로움, 알 수 없는 분노와 자괴감 그리고 죄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