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 2

내가 미쳐가는 증상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면 모든 체력이 방전된 마냥 축 늘어져 버린다. 일주일은 됐을 법한 설거지 꺼리와 세탁기에 들어 있는 축축한 빨래들, 방 안에 널부러져 있는 술병과 자질구레한 쓰레기들.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옥죄여 오며 치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만 도저히 몸을 움직일 엄두가 나질 않는다. 주변을 청결하게 하면 기분이 상쾌해 질 것이다. 나 자신도 그 상쾌함을 알고 있으나, 실제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난 찬 바닥에 옷도 안 갈아 입은 채 몸을 누이고 티비를 켠다. 멍하니 티비를 바라보다 보고 있으면, 이유없는 눈물이 흐른다.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소용돌이 치며 나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 미래에 대한 걱정, 후회, 외로움, 알 수 없는 분노와 자괴감 그리고 죄책..

일상/잡담 2019.02.07

지각

이틀 연속 지각이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9시경. 보통 이런 상황을 목도했을 때면 반사적으로 튕기듯이 몸을 일으키고 허둥지둥 화장실로 향해야 되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느리적 거리며 침대에 걸터 앉아 일어서려는 순간, 눈 앞이 캄캄해지며 현기증이 밀려온다. 휘청하며 다시 앉은 자세이다. 이마를 손으로 감싸 쥐고 어지러움을 이겨 보려 눈을 찡긋 감았다. 정확한 원인이야 모르겠지만 여느 날 아침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이상하리 만치 온 몸이 쑤셔 온다. 잦은 야근과 스트레스 체력이 고갈된 것인지? 정신력이 약해진 것인지? 아니면 반지하방의 음습한 기운 때문인지? 이유는 알 수 없다. 5~6개월 주기로 찾아 오는 완전방전의 상태인 것 같다.

일상/잡담 2013.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