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르소 2

오늘도 난 술에 취했다.

고작 오후6시가 되었을 뿐이다. 퇴근한지는 정확히 34분이 흘렀다. 그런데 내 앞에는 소주 한 병과 싸구려 우럭회 한 접시가 놓여 있고, 쓸 때 없는 푸념을 늘어 놓고 있다. 소주와 회는 참 어울리지 않는다. 튀김 특히나 고구마 튀김이 미치도록 먹고 싶다. 하지만 터질듯한 배를 주체할 수 없어 난 신용카드를 꺼내 든다. 거리를 배회하다. 길모퉁이에 앉아 싸구려 커피믹스를 들이킨다. 속이 미칠듯이 울렁거린다. 저녁의 태양은 아직 내 눈을 자극하고 뫼르소를 떠올린다. 그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부조리에 공감한다. 배회를 마칠 무렵 약간의 어수룩함이 찾아오고, 친구녀석을 만난다. 오늘은 하루종일 싸구려다. 싸구려 회에 싸구려 고기. 소맥 한잔과 고기 한 점에 구토가 나오려 한다. 굶주린 친구 녀석이 고기를 게..

일상/잡담 2010.05.08

내 자신 내면의 문제

아둥바둥 살아 본 적도 없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미치도록 노력해 본 적도 없다. 그래서인지 나의 삶은 항상 지루했다. 이런 일상의 무료함해서 탈출해 보고자 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려고도 했지만, 난 역시 용기가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단순히 세상을 탓하고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까뮈의 이방인의 뫼르소가 느낀 부조리함. 그것에 대한 감정 이입이나 동화작용 때문에 내가 부조리함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와 같이 될 이유도 없고, 그와 같이 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다만 뫼르소를 만나기 이전부터 나의 모든 것은 부조리했다. 지루했기에 부조리했고 부조리했기에 희망 따위는 없었다. 세상이 달라질 수 없듯이 나 역시도 변할 수 없다.

일상/잡담 2010.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