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8

비오는 새벽의 잡생각

정확한 시점을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나는 감정이 메말랐다. 쉽게 웃지도 않고 세상의 수많은 가슴 아픈 사연들에도 쉽게 눈물 짓지도 않는다. 단지 씁쓸함이 밀려 온다. 인터넷이라는 광활한 네트워크를 통해서 누군가와 소통하고 치유 받고 싶지만, 내 스스로가 그러하듯이 모두의 삶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고 자신 이외의 누군가를 돌아볼 틈이 없다. 이기적으로 누군가 나를 치유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세상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고 중얼거리면 항상 돌아오는 답변은 일관되다. “너나 잘해!!” 지극히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측면에서 나는 루저이고 이뤄 놓은 것 하나 없는 대책 없는 인간이다. 그런 한심한 인간이 세상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는 게 우습기는 하지만, 내가 이 무한..

일상/잡담 2011.07.27

우리는 언제까지 경쟁해야 하지?

“넌 참 경쟁을 싫어하는 것 같아.” 술자리에서 친구 녀석이 나에게 건넨 그 한마디. 술을 못하는 친구는 분명 말짱한 정신으로 반쯤 취해 있는 나에게 말했다. 난 경쟁이 싫다. 패배의식에 젖어 있다거나 극단적인 염세주의, 혹은 사회에 대한 불만 때문에 경쟁을 싫어 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에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알 수 없는 슬픔과 자괴감이 밀려 온다. 한 명의 승자가 만들어 지기까지 양산되는 수많은 패자들 때문이다. 패자부활전 없는 이 경기에서 패배하면 모든 것은 종결된다. 승자들은 승자들끼리 모여 살고 패자들은 패자들끼리 모여 살며 다시 그 속에서 다시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무한의 서바이벌 게임. 승자의 부류 속에서도 패자가 발생하고 패자의 부류 속..

일상/잡담 2011.02.15

상위 1%를 향한 질주 : 우리는 항상 불행하다

우리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하다. 혹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달려 나가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되냐고 말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인류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그들의 인생과 열정을 받쳐 지금과 같은 풍요로운 세계를 만들어 냈다.(그 이면에는 수많은 병폐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하지만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1등이 있으면, 꼴찌도 있기 마련이거른 우리는 항상 착각한다. 내가 그 최상위의 1%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질주 한다. 전혀 주위를 돌보지 않고 앞만 보면 전력질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찌보면 최후의 일인만 살아남는 서바이벌 게임과 같은 것이다. 내가 모든 경쟁자들을 재치고 상위 1%에 들었다고 치자, 하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다. 1%라는 퍼센테이지 안에는 다시 수많은 이들이..

일상/잡담 2010.10.03

추석연휴의 시작 : 행복에 대해서

추석 연휴의 시작!! 비가 많이 온다. 방금 전에는 고향친구 녀석이 친히 전화를 걸어와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고향으로 텨 오란다. 하지만 난 멀뚱 거리며 이렇게 도서관에 앉아 있다. 오랫 동안 못 뵌 부모님을 뵙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다. 부모님은 내가 무엇을 하던 어떤 상황이던 항상 이해해 주시는 그런 존재니까. 문제는 바로 친척이라는 부류들이다. 알겠지만 명절은 분명 일가친척들이 오랜만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조상의 얼을 기리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서로서로 으시대고 허세를 부리고 두루두루 서로를 경쟁과 비교의 장에 빠트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꽤나 많은가 보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지만 모든 것을 감당할 정신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가 ..

일상/잡담 2010.09.21

하는 일이 없다. - 오만과 공포

요즘은 어떻게 하루하루가 지나가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 생각없이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버린다. 그냥 쓰러져 자고 미래도 희망도 없는 새로운 하루를 맞이 한다. 난 이 사회의 부속품일 뿐이다. 단지 시스템에 녹아 들어서 그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도록 이용 당할 뿐이다. 이런 이용 가치조차 사라지면 난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버려 질 것이다. 많은 이들은 자신이 폐기처분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다른 이들을 폐기장으로 보내려 노력한다. 우리는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고 있고 그 경쟁 속에서 장미빛의 미래와 밝은 내일을 꿈꾸지만 우리 모두는 늙고 가난한 비참한 죽음과 삶에 대한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느끼는 바로 그 공포로 인해 우리는 연대보다는 경쟁을 택한다. 경쟁의 논..

일상/잡담 2009.07.23

내가 설 자리는 어디간가? - 백수일기(9)

백수 생활을 시작한지도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이뤄 놓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기력함에 휩쌓이고 통장에 모아 놓은 몇 푼의 돈을 갉아 먹고 비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얼마 안되는 돈으로 하루하루를 근근히 보냈을 뿐이다. 비겁한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어딘가에 도전하면 도전하려 할 수록 그리고 세상의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아가려 할 수록 세상에 대한 혐오감이 나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 누군가를 이겨야만 하고 누군가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야만 하는 현실이 싫다. 소모적인 경쟁 속으로 뛰어들어야만 하는 나자신이 너무나 비참하게 느껴진다. 비참하지만 그 경쟁 속에 뛰어들지 않으면 일상의 소소한 행복마저 느껴보지 못 한 채 가난하고 더욱더 비참하게 늙어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일상/백수일기 2009.05.22

요령만 가르치는 사회

이 땅을 살아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은 분명 평범한 국가는 아니다. 불과 40-50년 전까지만 해도 아프리카와 비교되던 나라였던 것을 상기해 본다면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늘 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이룩해낸 결과물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가난에 벗어 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 우리는 유래 없는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뤄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런 우리의 피땀 흘려온 노력이 한국 사회에 많은 문제들을 야기시켰다. 특히나 우리는 근본과 기본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 '빨리빨리' 를 미덕으로 생각하고 성장해 온 한국사회는 요령만 가득한 사회로 전락해 버렸다. 우선 한국의 교육현실을 생각해 보자. 인재를 키우고자 하는 교육의 기본..

시사 2009.05.11

무엇 때문에 나는 불행한가?

우리는 모두 알 수 없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그 중심에는 '경쟁' 이라는 단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경쟁을 통하여 개개인의 무한한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다는 달콤한 환상을 심어 준다. 그런 환상으로 인해 누군가보다 뛰어나기를 바라고 한 없이 위만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다. 무한의 시간을 투자하고 무한의 자본을 투자하며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달려 간다. 그런 무한의 투자 속에서 스스로 무의미한 가치들을 만들어 낸다. 예컨데, 난 4년제 대학을 졸업 했으니 최소한 30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아야 된다는 이런 류의 생각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자신의 가치인가? 신자유주의는 무한 경쟁을 강조하고 개개인을 하나의 상품으로 치부해 버린다. 난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에 내 스..

일상/잡담 2009.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