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서야 나타났니?" 그녀가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서글픈 눈빛으로 말했다. 우리의 사랑은 그렇게 우연히 그리고 갑작스럽게 시작되었고, 운명이라 생각했다. 서로 믿어 의심치 않았으며, 모든 것이 너무 순조로워 보였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 한 행복감에 고무되어 있었다. 그런 행복감에 젖어서 그것이 모든 고통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난 인식조차 하지 못 했고,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에게 결혼을 이야기했다.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 있었기는 하지만, 난 그녀에게 푹 빠져 있는 상태였고 결코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것을 서둘렀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모든 것을 다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이유인 즉슨, 그녀는 항상 다른 남자(?) 혹은 선배,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며 협박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