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담

내가 미쳐가는 증상들

SoulBrain 2019. 2. 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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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면 모든 체력이 방전된 마냥 축 늘어져 버린다.

일주일은 됐을 법한 설거지 꺼리와 세탁기에 들어 있는 축축한 빨래들, 방 안에 널부러져 있는 술병과 자질구레한 쓰레기들.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옥죄여 오며 치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만 도저히 몸을 움직일 엄두가 나질 않는다.

주변을 청결하게 하면 기분이 상쾌해 질 것이다. 나 자신도 그 상쾌함을 알고 있으나, 실제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난 찬 바닥에 옷도 안 갈아 입은 채 몸을 누이고 티비를 켠다. 

멍하니 티비를 바라보다 보고 있으면, 이유없는 눈물이 흐른다.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소용돌이 치며 나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 미래에 대한 걱정, 후회, 외로움, 알 수 없는 분노와 자괴감 그리고 죄책감. 그리곤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가 술을 마신다.

점점 취기가 올라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면, 혼자서 울다가 웃다가 화가 났다를 반복한다. 이 시점이 되면 죄없는 희생자들이 발생한다. 내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 버리는 죄없는 희생자들. 외로움을 호소하거나 어둡고 침침한 부정적인 기운들을 그들에게 전염시킨다. 그들에게 답이 없거나 반응이 없으면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종종 유리잔을 부수고 술병깨며 자해를 한다. 술에 취해 쓰러질 정도가 되어서야 그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괴감과 죄책감에 몸서리 친다. 어제 밤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의 잔해들, 피범벅이 되어 있는 손의 상처. 알람 소리에 깨어서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신에 대한 실망감, 자괴감이 밀려오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또 내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전락해 버렸던 이들에 대한 죄책감에 휩쌓여 난 벌을 받아야 되며 살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 자책한다.

그렇게 하루의 끝에서 시작으로 무한히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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