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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허한 메아리만이 울려 퍼진다. 그들은 집단적인 환각상태에서 빠져 있다. 그들은 모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포스트모던을 외치지만, 그들을 포함한 우리는 모두 모던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절대성에 내가 지꺼리는 어줍지 않은 말과 논리가 끼어들 틈은 없다. 모던이니 포스트모던이니 이런 명확하지 않은 혹은 내가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단어들을 지껄여 대는 나 자신 역시도 오만한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그리고 내가 무엇인가를 안다고 착각하는 수많은 인간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나는 그들을 이길 수 없다. 현실에 충실하고 현실의 달콤함을 미리 인지하고 자본의 흐름과 자본의 달착지근함을 느낀 그런 이들을 나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난 그들이 보기에는 방탕하고 돈 따위는 세상에 아무 필요도 없다는 듯이 술을 퍼마시고 노닥거리는 그런 존재이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하루살이와 같은 존재. 그들에게 비춰지는 나를 고작 그런...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지극히 실패한 인간일 뿐이다. 나는 땅투기에도 관심이 없으며, 재태크에도 자본의 축적에도 내 후손들의 호위호식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다. 자본주의적이지 않은 그렇다고 반자본주의적이지도 않은 ... 그저 그런 잉여인간일 뿐이다.

 나 자신을 미치도록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들도 그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결국 그들도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나와 다를 바 없는 그런 하찮은 존재라는 사실을... 난 나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나 자신을 무능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나 자신을 탓하지 않는다. 세상을 부정할 지언정 내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부정적이고 암울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세상의 그 어느 누구보다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래서 난 그들을 이길 수 없다. 난 세상에 순응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순응하는 자는 받아 들려 지지만 순응치 않는 자는 버려진다. 그래서 난 절대로 그들을 이길 수 없다. 세상을 이길지 언정 그들은 절대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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