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소실점

일상/잡담 2009. 9. 2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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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속이 멍해지면서 내가 과연 이곳에 실재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시야는 점점 좁아지고 무한의 소실점만이 눈 앞에 나타날 뿐이다. 그렇게 난 오늘도 도달할 수 없는 그 점을 향해 걷고 또 걷는다. 여기에는 아무런 의미도 존재치 않는다. 다만 내가 걷고 있다는 사실만이 있을 뿐, 그 어떠한 가치도 의미도 존재치 않는다.

담배 한 모금을 폐 속 깊숙히 빨아 드려 보지만, 입 안의 텁텁함과 담배의 씁쓸함이 전해질 뿐이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걷고 있는 것인가?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의문을 품어 보지만, 내가 의미를 부여하고 직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내가 걷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 뿐이다.

나의 혈관 속을 파고 드는 알코올의 달콤함과 니코틴의 끈적함만이 느껴질 뿐이다. 나에겐 휴식이 필요하다. 다리가 부어 오르고 몸의 기운이 서서히 빠져 나간다. 하지만 난 단지 내가 걷고 있다는 사실하나에만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므로 육체의 고통을 참아 가며 미친듯이 걷고 또 걷는다.

점점 시야가 흐려진다. 시야가 흐려질 수록 난 그 무한의 소실점에 다가간다는 착각 속에 빠져든다. 소실점을 향해 그 소실점을 행해. 그렇게 아무 의미 없는 행보를 계속 이어간다.

무한의 소실점.

우리는 그곳에 다가갈 수 없다. 그곳은 무한하다. 무한. 그 끝없는 곳. 끝이 없기에 우리는 다다를 수 없다. 시대의 아이러니, 인간의 패러독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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