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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직활동을 하며 자기소개서를 쓰다보면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과정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소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글감이 전혀 없는데 어떻게 이야기를 써내려간다는 말인가? 머릿 속에는 온갖 단어들이 맵돌지만 그걸 적용할만한 사실들이 없으니 자소서를 쓰다 보면 키보드에 손을 올릴 채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후배녀석은 자소서를 쓸적이면 자기소개서 쓴다면 말보다는 소설을 쓴다는 말을 즐겨한다. 그냥 우스갯소리이기는 하지만 비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사전적인 의미는 아주 짜증나리만치 간단하다. 하지만 실제로 구직활동을 하면서 작성하는 자기소개서는 사전적인 의미의 자기소개서와는 동떨어져 있다. 나 같은 백수들이 집에 앉아서 입에는 담배를 물고 인상써가면서 써내려가는 자소서는 주제 없는 논술시험 같다. 이 시험은 그 어떤 시험보다 힘들다. 어떠한 주제도 없고 논쟁거리도 없다. 백지 한 장을 휙하니 던져 놓고는 그 백지 한장을 꽉 채워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물론 자신에 대해서 돌아볼 기회와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어려움을 느끼지도 모르 겠다. 또 객관식 시험과 획일적인 교육에 익숙해져서 정답만을 찾아 헤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취업시장에서 하나의 상품으로 선택받기 위하여 소설을 써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학생들을 어려운 서류통과라는 첫번째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일련의 스펙들(학점,토익,외국어 등)이 마련되면 미친듯이 자소서에 써 내려갈 소재거리들을 찾아다니고 그 소재를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서 노력한다. 예컨데 봉사심과 인간미라는 단어 사용하기 위한 자격을 얻기 위해서 봉사활동을 하고, 도전정신을 글을 적용하기 위해서 국토대장정을 다녀와야 된다.
 
 어떠한 소재도 사용할 수 있는 자격도 획득하지 못한 나와 같은 사람은 자소서상에서는 인간미도 없고 대인관계도 원활치 않으며 도전정신도 없는 그저그런 사람이 되어 버린다.(좀 우습지만 실제로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나와 같이 음침한 성격의 소유자들은 자소서를 쓰다보면 새빨간 거짓말을 해대는 허풍쟁이가 되거나 말도 안되는 논리를 갖다 붙이는 괴변론자가 되어 버린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자소서 자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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