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서야 나타났니?"

그녀가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서글픈 눈빛으로 말했다.

우리의 사랑은 그렇게 우연히 그리고 갑작스럽게 시작되었고, 운명이라 생각했다. 서로 믿어 의심치 않았으며, 모든 것이 너무 순조로워 보였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 한 행복감에 고무되어 있었다. 그런 행복감에 젖어서 그것이 모든 고통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난 인식조차 하지 못 했고,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에게 결혼을 이야기했다.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 있었기는 하지만, 난 그녀에게 푹 빠져 있는 상태였고 결코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것을 서둘렀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모든 것을 다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이유인 즉슨, 그녀는 항상 다른 남자(?) 혹은 선배,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며 협박을 종종하고 했다.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일반적인 보통의 사람들과는 상이한 감성체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들게 할 정도였다.

예를 들자면, 새벽3시에 전화가 와서 자신을 만나러 오라던지(그녀의 집과 우리집은 약 40Km거리에 있었다.), 자신의 친구들은 부르면 바로 10여분만에 달려오는데 난 왜 그렇게 못 하냐는 질타를 한다든지, 이런 것이 사랑이 맞느냐는 지속적인 사람의 의심과 그 확인의 요구가 바로 그러한 것들이었다.

그것이 어찌되었뜬 간에 난 그녀에게 이미 사랑의 감정으로 푹 빠져서 눈이 멀어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명절에 고향집에 내려가 결혼을 선포하고 돌아왔다. 여기까지만 해도 그녀의 자잘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행동들이 있었지만,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무언가 잘못 되었다. 무언가 다른 느낌이 엄습해 왔다. 그녀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아니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악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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