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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행동들
지금은 사랑하지만 불과 10여분만에도 그녀는 날 증오할 수 있다.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
그녀와 밤을 보낸 어느 날이었다. 다음날 점심을 훌쩍 넘긴 시각이 되어서야 우리는 정신을 차렸고 난 너무 지쳐 있었다. 내일 출근을 위해서는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서 쉬지 않으면 안 되겠단 생각이 머릿 속에 멤돌았다. 

집에 돌아 가겠다는 나의 말에 그녀는 셔츠를 주섬주섬 입고 있는 나를 향해서 욕설과 함께 휴대폰을 집어 던졌다.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을 때,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휴대폰이 내 얼굴을 향해 슬로우모션으로 천천히 회전하며 날아오고 있었다. 

재빨리 난 그것을 피했다. 휴대폰은 내 뒷쪽 벽에 부딪혀 덜그럭 소리며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분명 난 피했다고 생각했다. 

착각. 머리에서부터 귓바퀴 그리고 목줄기를 타고 무언가 뜨거운 것이 흘러 내렸다. 내가 파란색 셔츠는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렇게 피를 흘리며 난 그녀를 향해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울부짖었다. 

그녀를 나를 향해 싸늘하고 경멸에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X신 !!! 그까짓거 하나 못 피하냐??!!"

후에 그녀와 이 날의 일에 대해 서운함을 표현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돌아온 반응은 사과나 미안함이 아니었다. 지나간 일을 들춰내고 있는 내 자신이 치졸한 인간이 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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