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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참 경쟁을 싫어하는 것 같아.”

 

술자리에서 친구 녀석이 나에게 건넨 그 한마디.

 

술을 못하는 친구는 분명 말짱한 정신으로 반쯤 취해 있는 나에게 말했다. 난 경쟁이 싫다. 패배의식에 젖어 있다거나 극단적인 염세주의, 혹은 사회에 대한 불만 때문에 경쟁을 싫어 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에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알 수 없는 슬픔과 자괴감이 밀려 온다.

 

한 명의 승자가 만들어 지기까지 양산되는 수많은 패자들 때문이다. 패자부활전 없는 이 경기에서 패배하면 모든 것은 종결된다. 승자들은 승자들끼리 모여 살고 패자들은 패자들끼리 모여 살며 다시 그 속에서 다시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무한의 서바이벌 게임.

 

승자의 부류 속에서도 패자가 발생하고 패자의 부류 속에서는 자신 정도면 괜찮다고 애써 자위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모두가 피해자이고 패자일 뿐이다.

 

혹자는 나에게 묻는다.

 

“경쟁이 그렇게 싫다면 그냥 패배자가 될 것인가?”

 

나는 답한다.

 

“나는 단지 경쟁이 싫을 뿐이지, 패배자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나를 한심한 듯 바라보며, 그런 질문을 나에게 던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나는 안다. 경쟁을 해야만 하는 구조에서 경쟁이 싫다는 것은 기권도 동일하니 난 그저 패배자일 뿐이다. 승자가 되는 것 만큼이나 경쟁 없이 살아가는 것도 힘들다. 특히나 승자독식사회인 우리 사회는 경쟁에서 우위만 점한다면 모든 것을 독차지 할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과 희망이라는 강력한 떡밥이 주어진다. 그 고소한 떡밥향에 이끌려 수없이 입질을 해댄다. 조금이라도 안주하거나 나태해 질라치면 무한의 나락으로 떨어져 가난하고 돌봐 주는 이 없이 비참하게 늙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심어 준다.

 

하지만 경쟁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힘들다. 스스로를 채찍질할 수 있는 동기를 개인적으로 부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승리자에게 주어진다는 환상적인 전리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비참해 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존재할 뿐이다.

 

누구나 밝고 아름다운 사회를 꿈꾼다. 하지만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면 누구를 위한 밝고 아름다운 사회인가? 정말 밝은 사회를 원하는가? 자신에게?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물론 누군가는 아직 인간미와 인간성은 살아 있다고 반박하겠지만, 결국은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밝고 아름다운 사회를 원할 뿐이다.

 

그래서 나도 이제 경쟁하련다. 누군가를 밟고 밟고 계속 올라가 그 끝이 어딘가 보고야 말겠다. 그 경쟁의 승리 뒤에 오는 자괴감과 패배자에 대한 연민과 슬픔을 뒤로 한 채, 나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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