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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된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두렵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미칠듯한 경쟁 속으로 뛰어들 자신이 없다. 분명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 평범하게 살지 못하는 일종의 지랄병이다. 항상 과거를 생각하며 푸념만을 늘어 놓고 있으니 무언가 달라질리 만무하다. 난 나의 문제를 너무나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만, 왠지 싫다. 영어점수 쪼가리를 받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를 해 보지도 않았고 입사지원서에 나 자신을 포장하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 결과 나는 이렇게 시궁창 같은 백수의 삶을 살고 있다.

나 혼자만 고귀한 척 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나는 혼자서 고귀한 척을 하고 있을 뿐이고 행동하지 않는다. 겁에 질린 아이 마냥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투정만 부리고 있다. 세상이 드럽고 불만족스러우면 그 세상을 바꾸려 노력해야 하는데 난 겁쟁이마냥 그 속에 뛰어 들어 행동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어짜피 더러운 세상 어짜피 하찮은 소모품으로 살아갈 인생. 그래서 이런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행동해야 되는데 자신감이 없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름없는 세상의 그저그런 사회의 불순세력으로 사라지고 싶지는 않는데, 세상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돈과 명예를 얻고 싶지도 않고 단지 좀더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서 작은 일이나마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 수 있는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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