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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본격적으로 백수가 된지도 대략 2주 정도.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 간다. 그리고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시간은 너무나 미친 듯이 흘러서 내자신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이런 시간의 흐름 속에 빠져 들어 버리면 점점 헤어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친구들과 술로 밤을 지새우거나 새벽이 되도록 컴퓨터 앞에 혹은 TV 앞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어둠이 깔리면 이상하리만치 시간은 더더욱 빠르게 지나간다.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시간은 잠으로 보내는 반면 밤은 나의 활동시간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우리는 일을 해야만 한다. 사실 일할 곳이 없는 것은 아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는 한낱 자존심과 안정성 그리고 펜대나 굴리는 좀더 편한 일자리를 구하기 때문에 우리는 일할 곳이 없다. 물론 이것들은 인간이면 누구나 그러한 욕망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문제들이 나를 골치 아프게 한다. 남들처럼 토익점수를 따야 되는 것인가? 시험으로써 전혀 가치도 없는 시험을 봐야 된다는 것은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다. 사실 모든 평가의 수단들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난 매달 4만원 가량의 돈을 지불하고 토익시험을 치루고 있기는 하다. 그렇다. 우리는 일해야 한다. 일을 해야만 한다. 난 감히 생각한다. 우리가 일을 해야 되는 것은 단순히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그렇다. 일하지 않는 인간은 삶의 어떠한 유희도 즐길 수 없으며 희망도 갖지 못 한다. 인간은 일하므로써 살아있을 느낄 수 있다. 일하지 않는 인간은 사회적으로 죽은 인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해야만 한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을 하지?" 결국 이런 고민에 빠져 버린다. 이 나이를 먹도록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밥 빌어 먹기 위해서 일을 해서는 안 되는데, 결국 난 굶지 않기 위해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비극적이다. 이것은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살기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물론 후자가 좀더 원초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인간은 원초적인 본능적인 것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결론이 나질 않는다. 2주간의 백수생활을 돌아보며 글을 시작했지만 복잡함만이 가중 될 뿐 어떤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없다. 아! 불확실성의 세계여! 난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다. 결국 탈출은 실패로 끝나고 난 이곳에 적응하며 살아가겠지만 난 항상 이곳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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