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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을 다녀왔습니다. 3월 2일을 기점으로 2009년도 예비군 훈련이 전국 각지의 예비군훈련장에서 실시되고 있는데, 모든 미디어에서 연일 훈련 강도가 강화된 예비군 훈련에 대해서 보도한지 약간은 긴장(?)하고 예비군 훈련장을 찾았습니다. 오전 일과는 여느때와 동일하게 안보교육과 사격을 하고 오늘 교육인원이 워낙 많은지라 점심은 조금 늦은 시간이 1시에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더군요. 결국에는 수비조와 공격조로 나눠서 실전을 방출케 한다는 모의시가전은 해보지도 못하고 오후 일과를 시청각 교육으로 때우고 와버렸습니다. 강당에서 꾸벅꾸벅 졸려 시청각자료나 감상하니 이게 왠 떡이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올해가 마지막 예비군 훈련인지라 약간 알 수 없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번 예비군 훈련을 받으면서  북한에 대한 확연한 노선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안보교육에서 냉전이라든지 주적의 개념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던데 반해서 이번 교육에서 냉전체제와 주적의 개념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인 한나라당의 의도가 많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미약하나마 애국심 고취를 통한 현 경제위기에 대한 불만을 조금이나마 줄여 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북한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과의 적대성을 강조함으로써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을테니까 말입니다.

어쨌든 긴장 반 기대 반으로 임했던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승객들을 상대로 어떤 단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 과 함께 '용산참사 유가족을 위한 모금운동' 을 진행하더군요. 그래서 서명하고 모금함에 오늘 예비군훈련 후 받은 7000원 중 점심 사먹고 남은 3000원을 통에 집어 넣었습니다. 같이 탄 다른 예비군 아저씨들도 그렇게 몇 천원 씩을 집어 넣더군요.

예비군이 주인공인 영화 '라이터를 켜라' 의 한 장면


그런데 예비군 아저씨들의 그런 모습을 보니 약간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대에 갔고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하여 제대 후에도 매년 이렇게 훈련을 받고 소중한 하루를 포기하고 보상비라며 받은 고작 몇 천원의 돈을 국가의 권력에 의해서 무참히 짓밟혀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 선뜻 내놓는 그 모습이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지금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국가의 명령에 따라 성실히 복무하고 있는 혹은 그로 인해서 지탄받기도 하는 전의경들도 나중에 예비군 훈련에서 이와 같은 상황을 만난다면 서로 공감하고 정많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작으나마 정성이 가득담긴 돈을 내놓겠죠?

 오늘 하루의 에피소드가 여러모로 가슴 아프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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