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의 시작!! 비가 많이 온다. 방금 전에는 고향친구 녀석이 친히 전화를 걸어와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고향으로 텨 오란다. 하지만 난 멀뚱 거리며 이렇게 도서관에 앉아 있다. 오랫 동안 못 뵌 부모님을 뵙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다. 부모님은 내가 무엇을 하던 어떤 상황이던 항상 이해해 주시는 그런 존재니까. 문제는 바로 친척이라는 부류들이다. 알겠지만 명절은 분명 일가친척들이 오랜만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조상의 얼을 기리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서로서로 으시대고 허세를 부리고 두루두루 서로를 경쟁과 비교의 장에 빠트리는 시간기도 하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꽤나 많은가 보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지만 모든 것을 감당할 정신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가 보다. 도서관에 사람이 평소보다 많다. 물론 폭우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 심화된 것일 수도 있겠으나 확실한 것 이 눅눅하고 쿰쿰하고 시큼한 냄새까지 곁드려진 열람실 안을 사람들이 가득 매우고 있다. 갑자기 방 안의 음울한 공기가 나를 서글프게 만든다.

 지금 상황을 오버스럽게 확장하자면, 한국사회 구조에 대한 서글픔이다. 지금 여기 나와 같이 호흡하고 있는 이들이 인생막장이거나 패배자는 아닐 것이다. 여기에서 누군가는 성공할테고 대부분은 그냥 평범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은 성공하지 못한 이들을 모두 패배자로 분류한다. 그래서 나는 패배자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패배자들은 승자들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서 발버둥친다. 그렇게 발버둥 칠 수록 삶은 황폐해지고 더욱 불행해 진다.

 그런데 고민이다. 그렇다면 난 현실에 만족할 수 있을까? 패배자라는 세상의 눈총을 감당하거나 초연해 질 수 있을까? 내가 현실에 만족하고 그럭저럭 평범한 삶에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가려 해도 이늠의 세상이라는 건 세상의 모든 것을 단절시켜 버리고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만족해. 지금의 나의 상황은 행복해." 라고 중얼거리면, "그건 패배자의 비겁한 변명일 뿐이야. 넌 현실도피를 하고 있는 것 뿐이야. 현실을 직시해. 넌 단지 패배자일 뿐이야." 라고 대꾸하며 나를 세상 속으로 다시 끌어 들인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재벌들은 과연 행복할까? 권력을 쥐고 있는 대통령은 과연 행복할까? 아무 생각하지 않고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지도 않고 다른 이의 것을 탐하지도 않고 내 내면의 숨겨진 탐욕을 표출하지도 않고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