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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숨이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는 그냥 멍하니 자리에 앉아서 또다시 한숨을 쉰다. 이렇게 오늘도 하루가 시작된다. 언제나 항상 그래왔다. 언제나 그렇게 시작되어 왔다. 새로울 것도 없는 시작이지만, 항상 하루를 시작할 적이면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내 입김과 함께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다시 허기진 배를 움켜지고는 집 안의 먹을 것을 찾아 헤맨다. 사실 헤맨다는 포현은 옮지 않다. 어둡고 축축하고 좁은 공간에서 헤맨다는 것은 옳지 않다. 단지 난 방황할 뿐이다. 이 미로와 같은 곳에서. 갑자기 어지러움증이 밀려 온다. 그리고 대충 어제 남은 음식과 밥을 접시에 아무렇게나 퍼담고 허기를 채운다.

 밥을 먹는데 식은 땀이 난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허기진 몸에 열량들을 충만하게 채워 넣고 있는데 나의 몸은 이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낸다. 식은 땀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문다. 이전에 내가 경험했던 담배와 지금의 담배는 다르다. 분명 담배라는 사물자체는 그대로인데 나의 몸은 그것을 다르게 받아 드린다.

 입 안에 텁텁하다. 물 한 잔을 마셔 보지만, 전혀 그 맛이 가시질 않는다. 공허하다. 마음 속이 텅비어 버린 것 같다. 이런 삶이 짜증난다. 이것저것 짜잘한 것들을 가방에 채워 넣고는 무작정 밖으로 향한다.

 이런 빌어먹을. 햇볕이 너무 강하다. 나는 어느 순간 음침한 곳에서 타락과 쾌락을 즐기는 뱀파이어가 되어 버렸는데, 지금 밖의 햇빛과 볕은 너무 강렬하다. 온 몸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다. 두 눈은 개슴츠레 해지고 다시 식은 땀이 목줄기를 타고 흐른다. 담배를 입에 물 힘조차 없다. 만약 이 순간 담배를 입에 문다면 나의 피부는 물론 내 몸 속에 흡입되는 담배와 같이 겉과 속이 모두 타들어갈 것만 같다.

 거리를 걷는다. 그늘진 가로수 사이를 열심히 걷는다. 반바지 차림에 허름한 회색티를 걸친 한 순에는 무협지를 들고 열심히 탐독 중인 나와 비슷한 처지의 가련한 인간. 그를 바라 본다. 왜 가련한 이 사회의 패배자들은 다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가?

 계속 길을 걷는다. 잘 차려입은 아가씨. 뚱뚱한 아가씨. 못 생긴 아가씨. 그냥 아가씨. 남자. 남자. 남자. 아저씨. 그들을 모두 지나친다. 어딘가 그늘진 곳에 앉아 책을 읽고 싶다. 아니 가방 안의 카메라를 꺼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기록해 보고도 싶다. 하지만 나의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 난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른다. 표현하지 못해 그냥 이렇게 방황 중이다.

 그다지 유익하지 못한 침울한 감정들을 뒤로하고 잉여인간들의 집합소인 도서관을 찾는다. 좀비같은 것들. 난 좀비가 된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난 좀비이다. 남들이 하는 것처럼 멍하니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응시하며 특별한 목적도 없이 글을 쓰고 인터넷 곳곳을 기웃거린다.

 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나는 노동자이고 특별한 기술도 없는 그냥 대충 살아온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기웃거리며 일거리를 찾아 본다. 이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더이상은 발품팔아가며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안도한다. 과연 지금도 예전과 같았다면, 나같은 흡혈귀좀비에게 어떤 기회가 찾아오기나 했을까?

 물론 결론적으로 나에게도 그런 기회는 없다. 무작성 시덥지 않은 아부의 말을 써내려가고 있지도 않은 자기자랑을 끄적여야 한다. 그렇게 끄적이다 보면 모든 칸이 채워진다. 그리고 또 한 번의 한숨을 내뱉고 나는 버튼을 클릭한다.

 내일은 다시 인간이 되길 그러길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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