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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때리는 것은 잘못이다.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하지만 폭력의 불합리성을 논할 때면,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은 맞아야 된다." 는 말을 통해 폭력이 필요악임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폭력이 묵인되고 용납되는 사회는 발전하지 않는다. 주먹구구식으로 순간순간을 모면하며 간신히 유지할 수 있을 뿐이다. 항상 폭력의 배후에는 폭력이 행사될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의 모순과 불합리성을 갖고 있다.

요즘 체벌금지와 관련된 논란들이 많다. 체벌금지를 찬성하면서도 말로는 말을 듣지 않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는 의견들이 대다수인 듯 하다. 교권의 추락을 걱정하기도 하고, 전혀 살갑지 않은 벌칙을 받느니 예전처럼 몇 대 맞는게 더 편하더라는 학생들도 있다.

헌데 우리는 체벌금지와 폭력의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교사라는 개인이 감정에 휩쌓여 학생들을 체벌하므로 체벌을 금지 시켜야 된다고 생각하고, 학생이라는 개인이 개념이 없고 버릇이 없어서 공부할 생각은 않고 대들으니 통제를 위해서는 반드시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체벌이라는 폭력에 대한 논란은 작게는 교육정책이, 크게는 사회구조 자체의 변화가 없다면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우리의 교육정책은 대입이라는 획일적인 기치 하에 경쟁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교육정책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의 사회구조는 승자독식의 구조하에 무한경쟁을 부추긴다. 승자독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는 무한이 경쟁하고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양산하는 끊임없는 서바이벌게임과도 같은 사회이다.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순간에 실직자가 되고 노숙자가 되어 비참하고 고통스럽게 늙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심어 줌으로써 소모적인 경쟁이 지속되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공포감 사라잡혀 사회구조를 내재화한 사람들은 공포를 잊기 위해 경쟁하고 이 사람들이 모여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된 사람들은 다시 아이들에게 패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재생산한다. 하지만 아직 이러한 사회화의 과정이 진행중인 아이들은 이런 획일적이고 답답한 상황을 쉽사리 납득할 없다. 그러면 아이들 중의 일부는 불만을 토하고 반항하고 방황한다. 이에 사회화의 선봉장인 교육은 사회구조의 유지를 위해서 폭력을 통해서라도 그런 불만을 잠식시키고 사회화 과정을 이어나가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체벌의 문제가 단순히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라고 생각한다. 

정말 체벌 논란을 종식시키기를 원한다면, 점진적인 사회구조의 개선운동이 필요하다. 패자도 다시 잃어설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독식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통계수치상의 증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진짜 행복감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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