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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오후6시가 되었을 뿐이다. 퇴근한지는 정확히 34분이 흘렀다. 그런데 내 앞에는 소주 한 병과 싸구려 우럭회 한 접시가 놓여 있고, 쓸 때 없는 푸념을 늘어 놓고 있다. 소주와 회는 참 어울리지 않는다. 튀김 특히나 고구마 튀김이 미치도록 먹고 싶다. 하지만 터질듯한 배를 주체할 수 없어 난 신용카드를 꺼내 든다.

거리를 배회하다. 길모퉁이에 앉아 싸구려 커피믹스를 들이킨다. 속이 미칠듯이 울렁거린다. 저녁의 태양은 아직 내 눈을 자극하고 뫼르소를 떠올린다. 그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부조리에 공감한다.

배회를 마칠 무렵 약간의 어수룩함이 찾아오고, 친구녀석을 만난다. 오늘은 하루종일 싸구려다. 싸구려 회에 싸구려 고기. 소맥 한잔과 고기 한 점에 구토가 나오려 한다. 굶주린 친구 녀석이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지 않았더라면 난 그 곳에 한바탕 멋진 장면을 연출 했을 것이다.

사람들을 만났다. 어리다. 어렸다. 그들도 늙었지만 그들과 나의 공백은 메워질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린다. 시덥지 않은 이야기들. 잘나가는 친구. 싸가지 없는 후배. 등등. 알지 못하는 말들을 서로 내뱉는다.

다시 소맥이다. 과일과 소맥이 과연 어울리는가? 그냥 상큼한 것이 먹고 싶었을 뿐인데 고작 찾아낸 상큼한 것이 소맥과 과일이다. 어울리는가? 토할 것만 같다. 하지만 요즘엔 왜 그런지 아깝다. 내가 먹은 모든 것을 고작 술 따위를 더 먹기 위해서 개워 내는 것이 미치도록 아깝다.

조금을 걸었다. 아주 조금을...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주 조금의 바람 맞이로도 ... 다시 나로하여금 술을 자극케 한다. 싸구려 맥주와 싸구려 양주. 그래도 소맥의 미칠듯한 부드러움 뒤에 찾아 오는 역함보다는 양주의 향긋함이 더 좋다.

한 잔을 들이킨다. 그리고 이 자리에 앉아 글을 쓴다. 난 오늘도 이렇게 술에 취해 있다. 세상이 부조리한지... 술이 나로하여금 세상을 부조리하게 느끼게 만든지는... 알 수 없다. 모든 인과관계가 뒤틀리고 결국 난 저렴한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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