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백수 생활을 시작한지도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이뤄 놓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기력함에 휩쌓이고 통장에 모아 놓은 몇 푼의 돈을 갉아 먹고 비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얼마 안되는 돈으로 하루하루를 근근히 보냈을 뿐이다.

비겁한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어딘가에 도전하면 도전하려 할 수록 그리고 세상의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아가려 할 수록 세상에 대한 혐오감이 나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 누군가를 이겨야만 하고 누군가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야만 하는 현실이 싫다.

소모적인 경쟁 속으로 뛰어들어야만 하는 나자신이 너무나 비참하게 느껴진다. 비참하지만 그 경쟁 속에 뛰어들지 않으면 일상의 소소한 행복마저 느껴보지 못 한 채 가난하고 더욱더 비참하게 늙어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옥죄여 온다.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모두 패자가 되어야만 하는 소모적인 경쟁 속으로 뛰어들어야만 한다. 세상을 혼자 살 수는 없는 노릇인데 사회의 구조는 모든 이들을 죽이고 혼자만 살아남을 것을 강요한다.

마치 하루하루가 서바이벌 게임 같다. 일본영화 '배틀로얄' 처럼 자신이 살기위해서 친구를 죽여야만 하는 비참함이 느껴진다.

과연 내가 설 자리는 어디인가? 누군가의 머리 위인가? 혹은 누군가의 발 밑인가? 왜 우리는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 손잡고 서 있을 수는 없는 것인가?

오늘도 난 이렇게 혼자 고민하는 척을 글을 쓰고, 토익책을 뒤적거리거나 쓰잘 때 없는 자격증 공부를 할 것이다.  내가 생존하고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기 위해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