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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자기소개소와 관련되어 올린 푸념글 2009/02/25 - [일상잡설/백수일기] - 자기소개서를 쓰며 - 백수일기(6) 에 '취업준비생' 이라는 필명으로 어떤 분이 친절하게 댓글을 달아 주시고는 추천한 사이트(http://www.insa-team.com)를 방문해 보고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일제고사 시행과 개인별 석차까지 명시된 성적발표로 말들이 많다. 아이들에게 너무 심한 경쟁을 조장하고 사교육이 공교육을 무너뜨리고 있는 현실에 대한 걱정들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 그런 생각들을 해 본다. 과연 내가 지금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면, 그 시골 학교에서 과외나 학원 한 번 제대로 다녀 본 적없는 내가 서울 근처에 대학이나 들어 올 수 있었을까 하고 말이다.

 물론 가진 사람들이 자기 자식의 교육을 위해서 돈을 쓰는 것을 나쁘다 할 수 없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경쟁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그런 여유가 없는 이들까지도 덩달아 그 대열에 동참해야 된다는 것이 문제다. 그나마 허리를 쫄라 메서 아이들을 조력할 수 있는 가정이라면 다행이겠지만, 그것조차 여의치 않다면 부모은 자식에 대한 미안함을 자식은 부모에 대한 서운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자기소개서 컨설팅이라는 사업 분야까지 생겼나 보다. 대충 가격을 보아 하니 10만원 남짓의 돈이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컨설팅 해준단다. 하긴 모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 레포트도 돈 몇 천원이면 얼마든지 살 수 있고, 초중고등학교 때 방학이면 매번 숙제로 등장하던 독서감상문도 인터넷으로 간단히 신청하고 몇 만원의 돈을 쥐어주면 해결해 주는 사이트가 있는데 모 그리 대수로운 일일까?

 하지만 씁쓸함은 지울 수 없다. 경제는 어렵고 사회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타짜의 아귀가 정마담에게 했던 대사처럼 내일 신문에 나고 가난하게 죽지 않을까 하는 공포에 휩쌓여 있다. 이런 현실에서 자기소개서 컨설팅이라는 사업은 나를 더 씁쓸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중요한 것을 모른다. 분명 소수의 사람들이 자기 조금더 빨리 남보다 앞서나가기 위해서 사교육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들에게 뒷쳐지지 싫어서 따라 했을 것이고... 하지만 그로 인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소모되고 있다. 이것은 경쟁이 아니다. 룰로 없고 그냥 이기는 놈이 짱땡인 동네 양아치들의 싸움일 뿐이다. 레포트는 인터넷으로 배끼고 토익점수는 학원에서 서너달이면 원하는 점수를 만들어 준다. 이제는 자기소개서 돈 몇 만원을 지불하면 3-4일 안에 첨삭지도를 해 준단다. 표절레포트들 때문에 어떤 대학에서는 표절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서너달 문제풀이로 인플레이션 된 토익점수 때문에 진짜 영어실력을 판가름 하기 위해서 영어면접이나 말하기 시험이니 기업들은 난리브루스를 추고 있다. 이제는 곧 직접 쓴 자기소개서 인지 아닌지 진위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시스템을 기업들이 도입할지도 모른다.

 1%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데 왜 모두 1%가 되려 하는가?

 자기소개서 컨설팅 사이트에 흥분해서 너무 논리에도 맞지 않게 이야기를 써 내려 간 것 같다. 하지만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서로를 경쟁상대로만 보지 말고 조금만이라도 연대하려 한다면 지금보다는 아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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